몸의 반응과 해석, 관점 바꾸기

심리학 분야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상황 판단이 몸의 반응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몸의 반응이 먼저고 그것을 해석하여 상황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 전까지 우리는 위험을 느끼기(상황 판단) 때문에 식은땀이 난다(몸의 반응)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식은땀이 나는 몸의 반응을 감지하여 위험하다는 해석을 내린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현상을 관찰하고 그 현상의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니 그렇게 찾아진 원인이 먼저이고 나타난 현상이 나중이라고 쉽게 단정짓는다. 하지만 때때로 현상 자체가 먼저이고 원인이라고 생각한 것이 나중에 촉발된 경우도 있다. 인간이 가지는 인식의 헛점이다.

사람들을 잘 관찰해 보면 이 연구 결과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놀이기구를 타면 누구나 가슴이 뛰고 진땀이 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느낌을 공포를 느끼고 어떤 사람은 스릴로 느낀다.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는 운동을 하면 누구나 지치고 기진맥진 한다. 자신을 쥐어짜는 이 느낌을 어떤 사람은 회피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어떤 사람은 다시 그 느낌을 맛보기 위해 운동기구에 앉는다. 대중 앞에서의 떨림과 긴장도 그러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두려움과 공포라고 인식되어 울렁증을 겪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짜릿함과 쾌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대중 앞에 섰을 때 평소보다 좋은 모습을 연출한다.

이처럼 느낌은 같지만 그 해석이 다를 수 있다. 느낌에 대한 해석은 필연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이런 사실이 우리에게 어떤 통찰을 주는가. 예를 들어 다음날 큰 행사를 앞두고 심장이 뛰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해보자. 만약 내일의 행사가 대중 앞에서의 연설이라면 이러한 몸의 반응은 ‘부정적인 공포’로 해석되기 쉽다. 하지만 기다리던 소풍이라면 ‘긍정적인 설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몸의 반응이 같더라도 나의 해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하는 해석에는 몸의 반응 뿐만 아니라 주변 상황이 주는 맥락 정보가 함께 관여한다. 몸의 반응(“심장이 뛰고 잠이 오지 않음”)이 맥락 정보(“내일 대중 앞 연설”)와 결합되어 해석 결과(“긴장 긴장 또 긴장”)를 도출하게 된다.

우리는 몸의 반응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석 결과는 재고할 수 있다. 만약 앞의 예에서 “부정적인 긴장”이라는 해석 대신 “내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들뜸이나 흥분”이라고 재해석해보면 어떨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내일의 대중 연설이 보다 긍정적으로 느껴지고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몸의 반응과 도출 결과 사이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맥락 정보에 대한 느낌을 조금은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 아이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 자녀가 긴장하고 걱정하고 있다면, 그 긴장이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와 흥분일 수 있다고 환기시켜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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