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운 것을 피하라, 좋은 것을 가까이 두기 보단

불경에서 기억나는 구절 가운데 하나가 있다. “선업을 쌓고 악업을 쌓지 말라!” 깨달음을 쫓는 이들에게 참으로 허무한 대답이라 할 것이다. 나 역시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 구절이 말장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세상을 살다보니 참으로 지당한 말이라고 느껴진다.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에 집중하고 공부에 방해되는 일을 하지 말면 된다. 건강하려면 몸에 좋은 것을 하고 몸에 해로운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착한 사람이 되려면 “착한 일을 하고 악한 일을 하지 않으면” 된다. 좋은 정치가가 되려면 민의에 충실하고 민의에 반하는 일을 하지 말면 된다. 나아가려는 방향이 A라면 “A에 도움되는 행동을 하고 not A를 하지 말”면 그 뿐이다.

그런데 이 가르침에는 경중이 있다. ‘A에 도움이 되는 행동’보다 ‘not A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을 예로 들어 보자. 물통에 물을 맑게 하려면 맑은 물을 넣어주고 더러운 물을 넣어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한 번 더러운 물이 들어가면 그것을 희석시키기 위해 엄청난 양의 맑은 물이 필요하다. 맑은 물을 넣어주는 것보다 더러운 물을 넣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둘은 서로 1:1로 상쇠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선한일을 하는 것 보다 악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착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세상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악한 일을 하게 되면 많은 문제들이 야기된다. 건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몸에 좋은 음식이나 운동을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몸에 좋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몸에 좋지 않은 술인 담배를 하면서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운동을 찾아 다니는 것은 무언가 번지수가 틀린 것이다. 이 둘은 서로 상쇠되지 않는다.

이런 원칙은 조직의 인재 관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조직은 실력 있는 인재를 뽑아야 하고 실력 없는 인재를 뽑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실력 있는 인재를 뽑는 것 보다 실력 없는 인재를 뽑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전에 구글의 인재 채용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구글은 코드 인터뷰로 유명한데, 이 인터뷰의 의도 가운데 하나가 실력 없는 사람을 뽑지 않기 위해서란다. 다시 말해 부끄럼 많은 천재 프로그래머들을 놓치더라도 최소한 실력이 없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은 막자는 의도란다. 한 조직에서 무능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위 ‘구멍’은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투여해도 실로 막기 어렵다. 그것은 고스란히 조직의 비용으로 돌아온다.


정리

해탈하려면, 악업을 쌓지 마라.

건강하려면, 몸에 해로운 짓을 하지 말라.

조직을 발전시키려면? 유능한 인재를 뽑고 무능한 사람은 뽑지 말라.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보다 무능한 사람을 뽑지 않는데 더 큰 힘을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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