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감상문 : 착하다

언어감상문 : “착하다”

오늘 생각해 볼 말은 “착하다”이다.

사전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

하지만 나는 “착하다”는 말이 싫다.

특히 어떤 행동에 대해 착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 마음에 들게 행동한 것 같아 기분이 오히려 기분이 나쁠 때도 있다.

너무 지나친가? 하지만 이렇게 말을 바꿔보면 어떻게 느껴지는가? 나의 어떤 행동을 보고 상대가 “내 말 잘 듣는데?” 혹은 “내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데”라고 말했다면.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착하다”는 다음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내 말을 잘 듣는다. 내가 원해주는 것을 해준다. 순종적이다. 내 마음에 들게 행동한다.

이걸 좀 어렵게 이야기하면 "너는 내 통제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 주는 인물이다. "라는 의미가 된다.

특히 권력이 있는 사람이 권력이 없는 사람, 강자가 약자에게 “착하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이런 의미로 쓰인다.

부모가 아이에게, 선생님이 아이에게, 상사가 직원에게, 손님이 종업원에게.

이런 평가들 속에는 그 어디에도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문제는 고려되어 있지 않다. 평가자의 마음에 드는가만 기준으로 남는다.

착하다는 말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는 사고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만약 A와 B가 서로 Z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만약 “Z가 착하다”는 평가에 대해 A와 B의 결론이 매우 상반되게 나온다면, A 혹은 B 혹은 둘 다 “착하다”를 본래의 뜻이 아닌 “내 말을 잘 듣는다”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마음씨가 고운 것”은 어느정도 보편성을 띄지만, 누군가의 말을 잘 듣다보면, 다른 누군가의 말은 거스르게 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사람들과 지내다 보면 이런 경우를 종종 마주하게 된다.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3자에 대해 이야기할 경우가 있다. 그러다 “그 사람 착하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견이 전혀 다른 경우가 있다.

아직도 구분이 어렵다면 다음의 말이 쓰이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문자적으로는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아마 느낌이 다를 것이다.

착한 사람이다. 선한 사람이다.

한문에서는 善의 뜻을 “착하다”로 새긴다. 하지만 실재 문장 안에서 善은 “잘한다”, “능숙하다”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그래서인지 가끔 착하다는 말이 “잘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착한 사람이다. 잘하는 사람이다.

착한 회사원은 일 잘하는 회사원이고 착한 남편은 남편 노릇 잘 하는 사람이다. 착한 제품은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다.

... ... ... ...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