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주변에도 경도과대망상증이 있습니까?

(이 글은 의학과 전혀 상관 없는 제 개인의 생각이니 오해하고 들오신 분은 돌아가세요. ^^;)

학부 때 정신과 용어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삽화장애니 하는 용어들이 그것이다. 낯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신과 맥락에서 사용되다보니 무엇을 말하는지 잘 떠올릴 수 없었다.

증상을 나타내는 전문용어는 말로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 해당 환자의 증상을 한 번 보면 가장 빨리 이해된다.

경도과대망상이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이해하게된 정신과 용어가 있었으니, 바로 망상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과대망상은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물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즉 병리적인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나는 혼자 경도과대망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회에서 만나는 경도과대망상을 가진 사람들은 대게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아마 이 글을 다 읽을 때 즈음이면, 당신은 머리 속에 몇몇 사람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경도과대망상은 이렇다.

경도과대망상의 특징

특징1 : 나는 타인이 모르는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타인들은 잘 모르는 중요한 사실을 안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멀리는 “우주적 진리”에서 부터, 가까이는 “대박이 날 특허 아이템”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이 중요한 사실을 쉽게 말해줄 생각이 없지만, 나와 친해지고 내 마음에 들면 너에게만은 들려줄까 생각중이라는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 암시를 보낸다. 물론 말해 준다 해도 네가 잘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잊지 않고 표시한다.

이들은 상대방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이 중요한 사실에 관심 있어 한다고 믿는다. 이런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게 되면 매우 피곤해 지는데, 흥미 있는 척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게는 대단하십니다라는 식으로 맞장구 쳐주게 된다.

상대방은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호의를 표시한 것이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이들은 자신의 망상을 강화시킨다.

특징2 : 나의 생각은 참으로 옳다.

이들은 제3자에 대한 화제에서 “어리석다”거나, “안된다”거나, “안타깝다”거나 하는 말들을 자주 사용한다. 이런 말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이들의 견지에서 보기에 주변 사람들은 생각이 짧고, 어리석으며, 오류를 일삼는 사람들일 뿐이다.

이들이 하는 말 몇가지를 알기 쉽게 번역하면 이렇다.

특징3 : 나는 보통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거물이다.

이들은 보통 자신을 “천재”, 혹은 “괴물”이라고 표현한다. 처음 만났을 때 보다 이야기가 어느정도 고조된 뒤나, 몇차례 만나 얼굴이 익은 뒤에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때를 잘 못 만난 영웅이나 불운한 천재로 빙의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들이 쓰는 이 두 단어를 경도과대망상의 명시적인 진단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

학식과 성격에 따라 좀 촌스럽게 자기 스스로 자신이 대단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조금 새련되게 주변에 아주 똑똑한 아무개 등등이 자신을 대단하다고 평가한다고 둘러 말하기도 한다. 아울러 고금의 성인이나 현자의 이름, 당대 유명 인사를 들먹이며 자신과 섞어 이야기한다면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경도과대망상의 원인

사실 경도과대망상을 가진 이들의 대부분은 넓은 바다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좁은 인관관계 안에서 살아오다 보니 주변 사람들보다 내가 더 나아보이고, 주변에서도 나의 말에 귀를 귀울여 주고 대단하다고 평가해주고. 이런 경험을 통해 경도과대망상 속에 갖히게 된 것이다.

오히려 내가 만난 대단한 사람들은 동네 아저씨처럼 특이할 것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속 생각은 어떨지 모르지만 대화는 평범하고 젠틀하기까지 하다. 자신에 대한 자랑 보다는 상대에 대한 관심이 더 많고, 공통의 화제가 있을 때는 배울점이 없는지 경청한다.

넓은 세상에 나가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보다보면 자신을 “괴물”이라거나 “천재”라고 여기기는 힘들어 진다.

물론 가끔 한 분야에서 그에 걸맞는 능력을 가지고 이런 경도과대망상을 가진 경우도 있다.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하는 면도 없지 않지만, 그런 이들과 만나 피곤하기는 매한가지다. 뛰어난 분야에서 생겨난 경도과대망상은 그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과 만난다면

이들과 되도록 일하지 말라.

내 경험상 이런 이들에게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타인들을 항상 자기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동등한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며 내가 아래사람이 되는 상황을 결코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협력 관계는 성립 조차 하기 어렵다.

이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상황은 실질적이든 명목상이든 이들 밑에 들어가 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에도 순탄치 않다. 경도과대망상를 가진 이들은 통제의 욕구가 매우 강한 편이다. 따라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참지 못하여 올바른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멘탈 데미지도 상당하다. 자신이 대단하고 우월하다는 생각은, 말이나 행동을 통해 “당신은 열등한 존재”라는 암시를 주기 때문이다. 그대로 일을 진행하면 상대방에게 질질 끌려 다니다가 서로 마음만 상한 채 일이 끝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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