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게임, 후회 그리고 대박
아이랑 함께 놀 방법을 고민하다가 보드게임을 즐겨 하게 되었다. 많은 보드게임이 삶의 일부를 모델링하고 있었다. 블루마블처럼 경제적인 부분을 모델링 한 것도 있고, 장기나 체스처럼 전쟁을 모델로 한 것도 있다. 그래서 인지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인생을 저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Image Source: remotewhiteboard)
삶은 아주 복잡한 보드게임이다. 다만 탁자 위의 것과 다른 점이라면 단 한 번만 진행된다는 점, 무를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시작 전에 게임의 룰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잘못 했다고 무를 수도 없고 안 풀린다고 잠시 쉬면서 남이 하는 것을 관찰하거나 판을 뒤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없다. 게임을 하면서 이미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면서, 그렇게 룰을 하나하나 배우게 된다.
나는 후회한다. 고로 나는 성장한다. (주인장)
나는 인생에 후회가 없다
는 사람들의 말을 자기 기만이라고 생각한다. 설명서 없이 실수를 통해 룰을 배울 수 밖에 없는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어떻게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가. 지금 알았던 것을 과거에 적용해 보면 후회 투성이 인 것이 인생이라는 게임이다. 매 순간 선택해야 하고 그 결과는 뒤집을 수 없다. 그 수 많은 선택에 모두 만족한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Image Source: 영화 Orange 中)
후회가 없다는 말은 후회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거나 혹은 후회할 일을 잊었다는 설명에 불과하다.
오히려 통렬히 후회하고 또 후회해서 그 수렁에 빠지지 않고 거기서 다시 일어서는 것이 삶이다. 그래야 다음 레벨로 올라 설 수 있다. 후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성장할 수 없다.
♬ 영화나 소설의 소재에서 타임리프물이 적지 않은 것은 그런 후회를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Image Source: twitter)
게임이 편파적일 수록 게이머들은 조커를 꿈꾼다. (주인장)
삶의 또 다른 점은 조커가 나타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점이다.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카드에서 조커처럼 좋은 아이템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아이템은 반전의 가능성을 주는데, 만약 이것이 없다면 승패가 기우는 시점에서 참가자들은 전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Image Source: pixabay)
인생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다. 좋은 부모 밑에 태어난 것은 패를 든 순간에 이미 조커가 들어온 경우이다. 우연히 한 선택이 탁월한 결과로 이어지거나 복권에 당첨된 경우는 게임 중에 조커를 얻게 된 경우이다.
탁자 위 게임에서도 조커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몇 판을 하는 동안 한두 번 씩은 만나게 된다. 그래야 게임이 재미있다. 하지만 삶이라는 게임은 그렇지 않다. 인생 게임에서 조커를 만나는 것은 행운
이상의 행운이다. 사회에서 기회의 불균형
이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화 시켜 보면 이런 조커를 극소수의 사람만이 얻을 수 있고, 그마저 게임 중간에는 만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조커 없이도 게임을 이길 수 있다. 차근차근 성실하게 게임을 풀어 나갔을 때 큰 무리 없이 게임을 완주할 수 있다면 우리는 굳이 조커가 손에 들어오기를 기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고 있는 게임을 이기고 싶을 때, 옆 사람 패가 너무 좋아 내가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을 때 우리는 조커를 기대하게 된다.
정당한 노동의 댓가가 주어지고, 성실하게 살면 아이들을 키우고 인생이라는 게임을 무난히 완주할 수 있다면 인생 게임에서도 굳이 조커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희소한 확률에 기대어 복권을 사거나 피곤하게 주식 차트를 들여다 보는 것은, 주변을 둘러 보니 낙오되는 맴버들이 보이고 나 역시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동산에 집중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인생에서 별다른 조커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누가 이기냐 누가 지냐가 중요한 게임은 항상 끝이 좋지 않다. 이긴 사람은 흥이 날지 모르지만 지는 사람은 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게이머들이 보다 성숙하다면 승자가 너나 나냐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 함께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게임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즐기기 위한 것이지 않은가.
일생이라는 게임을 그렇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누가 더 잘하냐, 승자가 누구고 패자는 누구냐가 중요한 게임이 아니라 새로 들어온 맴버를 웃으며 반겨주고, 떠날 때 한 판 잘 놀았다고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