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 속에 욕심이 탄핵 되었으면
옥아,
사기를 당해 본 적이 있니?
법적으로 막 어른이 되었을 무렵, 어학용 테입을 강매 당하기도 하고 정체 모를 맴버쉽에 가입한 적도 있었지. 초면에 궁지에 몰렸다며 돈을 빌려 사라진 사람도 있었어.
서울에서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단다.
그렇게 사기꾼들에게 수업료를 치르고 조금 더 어른이 될 수 있었어.
내 몸 안에 생긴 “불신”이라는 항체로 나는 더 이상 사기를 당하지 않게 되었지.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은 차갑고 고독한 곳으로 바뀌어버렸어.
모두가 따뜻하고 즐겁게 어울려 사는 세상으로 영영 돌아갈 수 없게 되었어.
옥아, 사람들이 왜 사기를 당하는지 아니?
그건 욕심 때문이란다. 욕심이야말로 사기꾼들이 노리는 타겟이지.
누군가 나에게 좋은 일이라며 말을 걸어 온다면 사기를 의심해 봐야 해. 사람은 자기를 위해 움직이지 남을 위해 움직이지 않아.
누군가 투자한 것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주겠다고 한다면 사기를 의심해 봐야 해. 내가 그런 일을 알고 있다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다른 이에게 설명할 시간도 아끼며 더 투자를 하겠어.
옥아, 요즘 박근혜 대통령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고 있어.
하지만 이명박을 겪고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것도 바로 그 사람들이었지.
그들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우리 마음 속의 욕심 때문이었을 거야. 우리 집 값을 지켜주고 내 수입을 더 늘려줄 것 같았겠지.
하지만 옥아, 다시 말하지만 누군가 다가와 너를 잘 살게 해주겠다고 말한다면, 아마 사기일 가능성이 커.
정치가는 누군지도 모르는 나나 너를 부자로 만들어줄 생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어.
오히려 정치가는 누구를 부자로 만들어 주어서는 안돼.
누구를 부자로 만들어준다면 다른 누군가는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야.
그리고 장담컨대 힘 없는 우리 대다수는 빼앗기는 쪽이 될꺼야.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할 것은 그런게 아니야.
사회라는 게임의 룰을 지키고 정의롭게 만들어 줄 것인가. 그것 뿐이야.
규칙이 공정하다면, 노력한 만큼 댓가가 돌아온다면, 무엇이든 해 볼만한 사회일꺼야.
지위나 재력에 상관 없이 우리의 친구들은 취업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겠지.
규칙을 어기고 성공한 사람이 심판을 받게 되어 그 자리에 정직한 사람들이 앉게 되겠지.
우리 모두에게 그것보다 더 큰 “이득”이 있을까.
옥아, 나는 걱정스러워.
정말 무서운 것은 사기를 당해도 당한 줄 모르고, 다시 당하고 또 당하는 일이야.
이번 사건이 어떤 결론에 이르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다시 소중한 한 표를 던지겠지.
그렇게 투표를 하는 한, 우리는 분명 다시 사기를 당하게 될 거야.
나는 정치인을 통해 부자가 되겠다는 우리 마음 속에 욕심이 먼저 탄핵 되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