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할 것이 많은 대한민국 국민

대한민국을 살아 가면서 느끼는 감상 가운데 하나는 “국민으로서 알아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높은 통신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와 생산업체 그리고 정치권 사이의 이해 관계를 알아야 하고, 비효율적이고 느린 행정 절차를 겪을 때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부터 심지어 해당 담당자 혹은 담당 부서의 정치적 위치까지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는 두 가지 이유에서 촉구된다. 첫째는 스스로 답답해서이다. 이해하지 않고는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다. 이해한다고 상황이 변화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마음을 풀 수 있다.

둘째는 사회가 그렇게 요구해서이다. 권력은 난처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러저러한 사정 때문에 지금 당장 바뀔 수 없으니 좀 알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물론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은 없다. 하지만 이런 양해 전략은 매우 위력적이다. 이해를 구하는 쪽은 심심한 사과를 피하면서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이해를 요청받은 쪽은 잘 이해함으로써 대인배로서 그 상황을 용인한다는 묵시적인 동의를 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양해는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를 미연해 방지하기 위한 말이다. 부조리를 참아달라는 표현이 아니다.

물론 살아 가면서 문제가 없을 수 없다. 특히 권력을 가진 집단과 개인 사이에는 힘의 균형이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분쟁이 생기기 쉽다.

문제는 이해해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이다. 이해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은 안 될 이유가 없는데 안되거나 될 이유가 없는데 되는, 그러니까 합리적이지 않은 현상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번 박근혜 최순실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은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지식을 급격히 주입 받았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자. 그쪽 사정은 그쪽 사정이다. 국민이 조직의 관례나 업자들 사이의 관계를 알게 무언가.

우리나라 국민은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들의 사정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음식점에 가서 주방 사정에 관심을 갖는가? 관심을 가질 때는 음식이 나오지 않았을 때 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식당의 손님들은 늘 주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음식이 제 때 나오는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고, 정상적인 메뉴가 나오지 않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모르면 손해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속일 사람이 없다면 이런 인식은 처음부터 싹틀 수 없다. 알고보니 속았다는 경험, 앞으로도 속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인식이다.

부디 잘 몰라도 믿고 나의 권한을 위임할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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