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

좋은 것을 주고 싶고, 즐거운 것을 함께하고 싶고, 어렵더라도 참고 지켜볼 수 있다면, 사랑 경험 중이다. (주인장)

옥아,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때때로 뒤늦게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깨달을 때가 있단다.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도 사랑이 존재할 수 있고, 사랑이라는 이름 없이도 존재할 수 있어.

그래서 사랑이 무엇인지 굳이 알 필요는 없단다. 하지만 사랑을 막연히 추측만 한다면 자칫 숭고하고 희귀한 어떤 것으로 여길 수 있어. 우리가 사랑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면, 그런 착각을 피하기 위해서일 거야.

인간에게 숭고한 다른 것들처럼 사랑도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야. 더 잘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아. 사랑은 직면하고 찾아오는 것이란다.

그리고 사랑은 생각보다 흔한 것일꺼야. 몇몇 사람만 겨우 느끼고 살면서 드물게 만난다면 사랑에 대한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을거야. 오히려 사랑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는 시간 동안 줄곧 체험할 수 있는 그런 것일꺼야.

옥아,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원형은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 인간에게 있어 그보다 더 순수하고 보편적인 체험은 많지 않으니까.

그 마음을 행동으로 쪼개 본다면 "좋은 일을 할 때 그 사람도 경험했으면, 싫은 일을 할 때 그 사람은 피해 갔으면" 하는 마음이 아닐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즐거운 일을 할 때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그 대상을 사랑하는 것일 꺼야.

옥아, 그렇다면 남녀 사이의 사랑은 무엇을까?

소위 열정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랑은 욕정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해. 남녀간에는 욕정이나 소유를 사랑이라 오인하기 쉽지. 그것을 억지로 사랑이라고 해야 한다면 그건 가 아니라 를 향한 사랑일 거야.

욕정이나 소유도 사랑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에 거부할 필요는 없어. 남녀간에 이런 감정이 전혀 없다면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는 일을 못하겠지.

하지만 욕정과 소유만으로는 관계를 지탱해 나갈 수 없어. 이들 속에는 함께라는 말이 빠져 있기 때문이야. 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연인들 사이에는 그래서 사랑에 욕정이나 소유의 감정이 양념 정도로 뿌려져 있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사람도 먹어 봤으면. 즐거운 곳을 여행할 때, 그 사람도 와 봤으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함께 했으면.

옥아, 사랑은 노력할 필요 없이 그렇게 찾아오는 체험이지만, 더 푸르게 가꾸어 가기 위해서는 사랑이 기다림지켜봄을 통해 자라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누구나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지. 그 마음을 잘 정리해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야. 하지만 그것을 강요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태도는 사랑을 거래 관계로 변질시키지.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기다림과 지켜봄이야. 그 대상은 상대방만이 아니야. 나 자신까지 포함되지. 나와 너가 변하갈 수 있다는 전제 속에서. 상대를 나에게 맞추려는 스스로의 시도를 잘 알아차려야 해.

따져보면 인간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참아야 할 이유는 모두 자신의 이익 때문이야. 사랑은 그에 해당하지 않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지.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데도 참고 지켜보고 있는 자신을 보았을 때 그건 사랑을 체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 순간일 거야.


(170623 추가)

사랑과 혼동하기 쉽지만 다른 것

오히려 비슷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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