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사람은 차 뿐 아니라 나무보다 못하다.

말을 믿지 말고 행동을 믿어라 (주인장)

사람들에게 사회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물어보면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거리에서 나는 그 말이 진실인지 의심하게 된다.

나처럼 차를 싫어하고 뚜벅이를 자처하는 이들에게는 아마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거리라는 공간으로 한정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이고, 그 다음은 가로수이며, 그 다음은 자전거이다.

사람은 가장 나중이다.

굳이 자동차는 거론하지 않겠다.

“기존엔 보행자보다는 차량이 우선이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보행자를 우선하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횡단보도는 자동차에 밀려 있었다. ‘원활한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 때문에 횡단보도 설치가 쉽지 않았다

ref: 횡단보도만 바꿔도 걷기 즐겁다

이미 길은 자동차가 주인이다. 아스팔트는 자동차들의 집단 영역표시 방법이다. 아스팔트 깔린 곳은 다 자동차 길이 되어 버렸다.

자동차1

자동차2

인도가 없는 길도 많기 때문에 인도가 있어만 준다면 감지덕지다. 하지만 나를 위한 길이 아니라 나무를 위한 길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왜 좁은 인도에 굳이 가로수를 심는 것일까. 마음 속에 짚이는 바가 없지는 않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전국 방방 곳곳 정말 악착같을 정도로 가로수를 심는다.

가로수1

가로수2

가로수3

좀 다닐 만 한 인도에는 몇 년 전부터는 자전거 길이 들어섰다. 보행자 수보다 자전거 수가 더 적지만 자전거 길의 폭이 더 넓다. 달리는 자전거 통에 인도에서 마저도 편하게 걷기 힘들때가 많다.

자전거

그렇게 길을 걷는 사람들은 자동차, 가로수, 자전거 뒤로 순위가 밀린다.

뭐 꼼꼼히 따져 본다면 버스정류소, 지하환풍기, 각종 교통보조기구 전기보조기구가 인도에 매설되어 있는 경우는 애교 수준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사람이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려나는 모순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나름대로 생각해 봤다.

첫째, 인간은 참을 수 있다.

자동차는 어깨를 줄이는 융통성을 보일 줄 모른다. 가로수는 비켜달라고 말해도 비키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이 양보해야 한다.

둘째, 보행자는 돈이 안된다.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이 많아져서 자동차나 자전거가 늘어나면 산업이 발전하고 돈이 된다. 보행하기 불편해 자동차를 사기 시작하면 금상첨화다.

가로수를 많이 심어도 좋다. 조경은 예술 작품처럼 정해진 단가가 애매해서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한다. 사립대학교에 가보면 나무가 많고 조경이 화려하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하지만 무언가 타지 않고 걸어다니는 인간은 돈이 안된다.

셋째, 건물주님은 보호되어야 한다.

자세한 법규는 모르겠지만, 주차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건물이 많다. 방문한 차들 뿐 아니라 주거자 차까지 도로로 나온다.

건평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건물은 인도에 바짝 붙어 있고 사람들은 그 사이로 장애물을 피해가며 걷는다.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건물주님의 재산권은 최우선 보호 대상이다.

여기까지가 내 생각이다.

나는 아이에게 누군가를 평가할 때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라고 말해준다.

최소한 거리를 걸으며 우리 사회가 나에게 보여주는 행동니 우선순위가 제일 끝이라는 메시지이다.

추가

2016년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승용차는 2000만대를 돌파, 4인 가족 기준 1.55대의 차량을 보유한 것으로 사실상 ‘1가구 2차량’시대이다. 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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