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대한민국 19대 대선이 있는 날이다. 오전에 내리던 비가 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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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
은 이기기 위한 꼼수이다.
승리를 노리는 이들에게 반칙은 늘 매혹적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경쟁에서는 반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강력히 처벌한다.
공정함은 모든 경쟁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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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반칙이 융통성이란 이름으로 횡행해 왔다.
성장 위주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친일 청산까지 멀리 갈 일도 아니다. 군부 독재 정권의 지속같이 거창한 곳까지 따지지 않아도 된다.
최근 10년 간 국민을 등지면서 정권의 이익을 위해 부역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영전하고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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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회의 자정능력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반칙한 사람들은 울타리 밖으로 내보내자고 하면 곧 분열주의자, 갈등 조장자로 낙인 찍힌다.
이미 사회 깊숙이 뿌리 내린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어쨌든 간에 눈감아 주자
라는 합리화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용서하고 함께 가자고 해야 그릇이 큰 사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인 양 포장된다.
하지만 그 포장도 반칙을 용인하자는 일종의 반칙
에 다름 아니다.
이런 반칙 관용주의는 범부들 사이에서도 무섭게 작용한다.
규칙을 들먹이면 꽉 막힌 사람, 내부의 잘못을 고발하면 배신자가 된다.
큰 정치판 뿐만 아니라 작은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논리는 힘을 얻는다.
모두 느끼고 있다. 사회에 정의가 없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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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 용서? 용서는 용서를 구하는 자에게 하는 것이고 포용은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행위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 사회에서 반칙
으로 잘못을 저지르고 용서되고 포용된 사람들이 힘 없고 나약한 사람인가 돈과 권력을 과점하고 있는 사람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돈과 권력이 없는 약자들은 포용이나 용서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들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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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것일까.
왜 힘 없는 대중은 반칙을 일삼는 정치가 사업가에게 그토록 관대한 것일까. 그들이 대중에게 어떤 관용도 베풀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완배 기자는 이 문제를 “나쁜 화폐가 좋은 화폐를 시장에서 몰아낸다”라는 말로 설명했다. 반칙한 사람들에 대한 관용이 이러한 현상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반칙이 용인되는 사회에서 반칙을 쓰는 자들이 활개를 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의 말은 대중이 왜 그들을 쉽게 용서하고 나아가 지지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나는 개인이 가진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개인적인 욕망을 충족시켜 주거나 충족시켜 줄 거라는 믿음을 주면 그들은 나를 지지하게 된다.
이렇게 욕망에 설득되면 설령 그가 부도덕하건 범죄자건 더 이상 알고 싶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런 사실을 회피하려고 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강하게 합리화 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반칙한 자가 반칙을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 너에게 큰 이득을 줄께
라는 전형적인 사기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반칙
이 관용되고 횡행하는 사회는 대중 개개인의 사적인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런 사회에서 돈과 권력을 얻은 자들은 반칙
에 대한 거부감도 없을 뿐 아니라 상대방의 욕망을 읽는데 뛰어난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적자
들은 그렇게 생존하고 성공한다.
이완배 기자의 말을 좋아한다. 관심이 생겼다면 청취를 권한다.
20170502(화), 김용민 브리핑, 이완배의 경제의 속살 : 홍준표 상승세,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 ‘그레샴의 법칙’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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