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받기 위해 치루어야 할 가혹한 댓가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은 이미 최고 수준이다. 소득의 불평등이 삶이 다소 불편하다, 주거 환경이나 의식주에 차이가 난다는 정도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현재 목도하고 있듯이 권력과 돈은 개인의 존엄과 권리와 직결되어 있는 사법 불평등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 삼성과 관련된 판결이 연이어 있었다.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촬영하여 금품을 뜯어낸 일당에게 1심 재판부가 모두 실형을 선고하였다. 이 가운데 주범에게는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은 이건희의 아들이자 삼성전자 부회장인 이재용에게도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대부분의 혐의가 인정된다면서도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개인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여 금품을 갈취한 일당에게 내려진 징역 4년 6월의 형량과,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가 최고 권력에게 뇌물을 준 재벌 총수에게 내려진 징역 5년의 형량. 게다가 후자의 경우 국민의 재산인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양자는 과연 비슷한 형량을 받을 정도로 동등한 죄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두 사건의 형량을 보았을 때 과연 우리나라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사법부의 판단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신을 넘어 불안감을 준다.

우리 사회는 경쟁이 치열하다.

더 성공하고 더 많이 벌기 위한 경쟁이다. 때때로 이런 경쟁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냥 적당히 벌고 적당히 살면 안되는 것일까.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우리 국민들은 모두 욕망의 결정체들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 보면 경쟁의 이면에는 평범하게 살아서는 사람답게 살 수 없다는 불안감이 내포되어 있다. 평범해서는 갑질을 당해야만 하고, 가족이 아팠을 때 의료비로 파산할 수 있으며,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을 변호하지도 못한 채 억울한 죄를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아니 위기감이 숨어 있다.

우리가 겪는 이 경쟁은 비단 더 가지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사회에서 굽신거리지 않고, 아플 때 치료를 잘 받으며, 만약의 경우 법 앞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한 경쟁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존중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한 경쟁이다.

높은 지위에 오르지 않아도, 많은 돈을 벌지 않아도 나와 가족들이 사회 속에서 불편한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굳이 치열한 경쟁을 치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러한 판결을 보며 국민들은 다시 학습된다. 성공은 면죄부와 같은 것이구나.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성공만 하면 되는구나. 나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는 더 성공해야 하고 더 부자가 되어야 하는구나.

존종 받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치루어야 하는 댓가는 참으로 가혹하다.

치열한 무한 경쟁을 해소하는 방법은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 위에 놓여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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