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기업의 교육기관인가

학력 인플레이션과 고용불안은 점점 대학을 대학의 신입사원 연수원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에 지인으로 부터 진에어와 MOU를 맺은 세명대가 항공서비스학과를 설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학기간 동안 ROTC처럼 진에어 제복을 입고 다녀야 하지만 졸업 후에는 진에어에 취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대학과 기업이 손잡고 ‘실무맞춤형 인재’ 키우는 것은 아름다운 미담이 되고 있다.

기업에서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신입사원을 교육하는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자원이 소요된다. 성과가 없지만 월급을 주어야 하고 교육에도 시간과 돈이 든다. 그래서 기업은 그 기능을 대학에 전가하고 있다. 졸업생 취업율로 평가받는 대학은 이를 받아들여 소위 기업 입맛에 맞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를 홍보하여 학생을 모집한다.

기업은 사원 교육에 들었던 비용을 줄이게 되고, 대학은 평가를 잘 받게 된다. 물론 학생들도 고작(?) 등록금 하나로 1 + 1, 그러니까 대학 졸업장과 취업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니 나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조금 삐딱하게 생각된다.

큰 틀에서 보면 이것은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을 사회화하는 행위의 다름 아니다. 기업과 대학은 자신의 이익을 취하지만, 그 댓가는 사회가 나누어 짊어져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사 직원의 교육 비용을 사회에 전가한 것이 되고, 반대로 사회는 각자의 자원을 모아 기업을 보조해 주는 셈이다.

학생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등학교 입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간다. 그리고 대학에서 다시 직업 교육을 받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투입되는 비용은 학생과 학생의 가족들이 짊어져야 한다.

전반적인 학력 인플레이션은 개개인의 자원도 소모시키지만 사회 전체로 보았을 때에도 역할의 공백을 만들어 낸다. 생각해보면, 직업 교육은 예전에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하던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이 하게되었다. 대학은 학자를 기르는 곳이지만 우리나라 대학은 고등학교 후 과정처럼 되어 버렸다.

게다가 그렇게 많은 자원을 투입해 길러낸 노동자는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돈에 논리에 밀려난 학문 분야는 날이 갈 수록 쇠락하고 있다.

기업이 절약된 비용을 사회에 환원시키고, 대학이 좋은 평가로 받게 된 지원금으로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든다면, 그래서 학생들의 등록금도 낮아지고 장학금도 늘어난다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아, 우리나라는 정말 대기업하기 좋은 나라이다. (주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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