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의 상식화
정치엔 관여했지만 선거개입 아니다
2014년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1심 법원 판결 내용이다. 2005년 많은 패러디를 낳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음전은 아니다.”라는 발언과 대구를 이루는 아름다운 문장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뒤 늦게 이 문장을 들고 나온 이유는 최근 버티는 자와 바꾸려는 자들 사이의 논쟁을 보면서 보수정권 9년 동안 비상식이 상식이 되었구나라고 느끼게 되어서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눈 앞에 증거를 들이 밀거나 논리적으로 치부를 찌르고 들어오면 최소한 부끄러워 하기는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누가 직무 교육을 했는지, 당당함 일색이다. 염치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내가 먹어 보고 네가 먹어 봐서 모두 홍시 맛이 나도,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말하면 인정되지 않는다. 심지어 홍시가 눈에 보이고 그 냄새가 나도 그렇다. 만든 사람이 홍시가 아니라고 하고 심판이 홍시라고 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면 홍시가 아닌게 된다.
그럼 뭐란 말인가. 거기에 대해 대답할 의무는 없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