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문화의 부작용

한국의 남자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다른 결격 사유가 없다면 의무적으로 군대에 다녀와야 한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 책임감도 생기고 일머리도 생겨서 흔히 ‘군대가 사람 만들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군대가 멀리 산골에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인들은 생각보다 군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사회 생활을 해 보면 우리나라의 조직 문화는 대부분 군대 문화의 변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칠게 말해 당신이 우리나라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도 군대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흔히 상사가 “하라면 하지 왠 말이 많아”이런 대사를 칠 때가 있다. 이것이 상명하달식 군대 문화의 전형이다.

사람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었을 때, 필연적으로 단체를 이끄는 사람은 리더쉽을 필요로 하며, 다수는 팔로우쉽을 익혀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군대를 다녀오다보니 리더쉽이나 팔로우쉽 모두 군대 문화를 답습하기 마련이다. 준비 없이 리더가 되는 사람은 젊은 시절 군대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의를 제기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조직원을 이해하지 못한다. 팔로워들도 그렇다.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일에 맹목적일 수 있다.

군대 문화에도 장점이 있다. 효율적이다. 하지만 수평적이고 민주적이지 않다. 군대는 수평적일 필요도 민주적일 필요도 없기 때문에 군대 안에서는 문제로 크게 불거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는 다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조직에서 군대 문화가 이식된다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군대식 리더쉽고 팔로워십도 서로 동의가 된다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군대에 잘 적응하고 군대 생활이 보람 있었다는 이들도 있다. 나의 경험 상 이런 이들은 조직생활에 적응도 잘하고 리더쉽도 제법 발휘한다.

문제는 얼치기들이다. 정작 군대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이들이 조직을 운영할 때 어설프게 군대 문화를 이식할 때가 있다. 대학이나 병원 등 고립된 집단 안에서 이루어지는 군기 문화가 그것이다.

종종 우리 사회의 리더쉽은 군대식 리더쉽 외에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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