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옥아,

한동안 “왜 사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려고 노력했던 시간이 있었다.

오랜 고뇌 끝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왜 사는가 라는 질문은 온당치 않다는 사실을.

생명은 엄밀히 말해 죽음을 통해서만 인식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산다는 말은 추상적이다. 죽음의 반대편에 머물러 있다라는 표현이 더 구체적이다.

그렇다면 왜 사는가라는 질문은 왜 죽지 않는가 혹은 왜 죽지 못하는가로 치환될 수 있다.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우리의 삶이 숭고하고 성스렁운 어떤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자연이 부여한 본능에 충실할 뿐이라는 꾸밈없는 진리와 마주하게 된다.

이제서야 우리는 천천히 정작 중요한 그 다음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

난 죽음의 반대편에 있는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 ... ... ...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