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을 지키는 지도자, 어기는 지도자
룰을 지킨는 자와 룰을 지키지 않은 자의 싸움은 늘 후자의 승리로 끝난다.
스포츠에는 룰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룰은 “그래야 한다”는 당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룰은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선언일 뿐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쟁에서 룰을 지키는 자와 룰을 무시하는 자가 맡붙는다면, 결과는 십중팔구 후자의 승리가 된다. 장기적으로 룰을 무시한 댓가를 치르게 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나는 최근 압도적 지지 속에서 들어선 문재인 정권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인 융단폭격을 보면서 더 없이 씁쓸하다. 과거 노무현 정권 때를 보는 듯해서이다.
당시 경쟁측에서는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프래임을 만들었고, 대중은 그 프래임을 놀이터 삼아 정권을 그야 말로 신나게 깠다. 하지만 누구 하나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보지 않았다.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지도자는 그렇게 저물었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노무현의 몰락과 쇠고기 파동 때 촛불을 보고 빠르게 학습했다. 언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에게 노골적인 불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그로 인해 대부분의 대중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숨죽이며 지내야 했다.
현실은 역설적이다. 국민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지도자는 그 자유로 인해 비판을 받고 때때로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호되된 여론 속에 몰락한다. 국민을 억압하고 감시하며 짓누르는 지도자는 그로 인해 보호받고 때때로 국민의 영웅으로 기억된다.
원칙을 따르는 지도자는 룰을 어기며 그를 비판하는 자들을 룰에 따라 처리하여 때때로 불행의 씨앗을 남기고, 원칙을 따르지 않는 지도자는 룰을 지키며 그를 비판할 지라도 룰을 어기면서까지 대응하여 때때로 양심있는 자들을 전멸시킨다.
룰을 따르지 않는 지도자는 선출되기 전에는 당신 입 안의 혀처럼 행동할 듯하지만, 권력이 위임되면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룰을 따르는 지도자는 선출되기 위해 신념까지 굽히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유권자를 잃는다. 하지만 권력이 위임되더라도 변하지 않고 일한다.
지금 당신이 마음 껏 지도자를 욕할 수 있고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좋은 지도자를 만난 것이다. 우리는 지난 십여년 동안 그것을 몸소 학습했다.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맞이한다. 우리가 겪은 경험 속에서 배운 것이 없다면, 우리는 또 다시 제2, 제3의 이명박과 박근혜를 만날 것이다. 우리가 죽기 전에 말이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던 지도자에게는 순종하고,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애쓰는 지도자에게는 짱돌을 던지는 모순적인 언론 상황. 자유와 방종을 구분 못하는 전형적인 모습. 갑자기 생겨난 자유에 적응을 못하는 것인가. 당신들이 마음 껏 비판하고 심지어 호도하고 왜곡할 수 있는 자유는 과연 누가 담보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 소중한 자유를 꼭 그렇게 밖에 쓸 수 없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