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괴물아 된다. (주인장)

괴물이 된 인간들

요즘 고우영 화백이 그린 십팔사략을 다시 보고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몰랐지만 스토리 전개며 작화며 대사며 한 사람이 했다고 믿기지 않는 작품이다. 십팔사략이라는 원작이 있다고는 하나 그걸 소화하지 않고 작품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삽팔사략 속에는 나라를 부흥시키고 선정을 배푼 지도자들도 나오지만 폭정을 펴다 못해 살육을 즐기는 황제들도 즐비하게 나온다. 그들이 보인 기행은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들이 인간으로서 하기 어려운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라고 생각한다.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 특별하고 선택받은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보다 열등한 ‘보통’ 안간들을 “개 돼지”처럼 다룰 수 있었으리라. 결과적으로 그들은 정말로 인간이 아닌 존재, “괴물”이 될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라는 보편의 운명을 타고 난다. 어머니 대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저 똑같은 내새끼일 뿐이다. 그런 인간이 어느 순간 괴물이 되어 잔혹해 지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사람도 언제든 잔혹한 괴물이 될 수 있다. 바로 나와 너는 다르고 나는 너에 비해 특별하며 나는 선택된 존재라고 생각할 때 우리는 괴물이 될 수 있다.

사실 인류 사회에 존재했던 모든 차별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이런 인식에서 기인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노예제도이다. 노예제는 인간 사회에 상당히 보편적으로 존재했던 제도였다. 자유민들은 노예를 인간 보다 가축에 가깝다고 인식하였다. 집단적인 광기가 아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가 힘들지만 일단 이런 인식이 내면화되면 보통 사람도 노예를 때리거나 죽일 수 있게 된다.

우리 사회의 괴물들

요즘 우리사회 괴물들의 잔혹성이 언론을 타고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다. 처음에는 갑질이라고 회자 되었지만, 지금은 계급질이라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나는 후자가 본질에 더 가까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갑이라고 생각해서 괴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계층이 다르다고 생각했을 때 괴물이 되기 때문이다.

“대중은 개 돼지다”라는 말은 일부 상류층의 선민의식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을 가진 이들에게 동류(同類)가 아닌 이류(異類)에 포함된 민중 대다수는 그저 노예와 다를바 없는 존재이다. 그래야만 온전한 정신으로도 욕을 하고 물건을 집어 던지고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를 남의 집 귀한 가장 귀한 자식이고 나와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 .

나도 괴물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도 그들과 같은 상황에 놓이면 괴물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내 안에 그러한 괴물이 숨어있지 않은지에 대한 반성도 거르지 말아야 한다.

순수했던 청년이 CEO가 되자 괴물이 되기도 하고, 평범한 직장인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괴물이 될 수도 있다.

“너 따위가 감히”라는 말아 머리에 자주 떠오른다면 당신은 이미 변신 중이거나 변신을 마친 상태이다.

이런 차별의식은 권력이 생겼을 때 생겨나기 쉽다. 권력을 얻으면 뇌구조가 바뀐다고 한다. 작은 사무실 안에서도 작은 가게 안에서도 그 작은 권력을 집어든 이들은 얼마든지 이렇게 변할 수 있다.

스스로 죄인취급 하라는 말이 아니다. 스스로 경계하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이다. 자신이 그런 괴물로 변하고 있는지 계속 거울로 비추어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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