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하지만 능력있는 권력? 불가능하다.

부패하지만 능력있는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 (주인장)

최근 박근혜 때가 더 좋았다는 프레임이 생겨나고 있다. 발원지는 아이러니 하게도 일본이다. 일본의 극우가 우리 극우에게 프레임의 근거를 주었다는 점이 우리 역사의 슬픔이리라.

이 문제는 사실 “보수는 부패하지만 능력이 있고 진보는 깨끗하지만 무능하다”는 오랜 프레임의 변주이다. 그리고 이 프레임은 상당히 잘 먹힌다.

기사 제목만 보면 외국의 높은 사람이 우리 정부를 평가하는 듯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 문제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능력이 있고, 현 정부는 무능하다는 것을 은연 중에 암시하고 있는 듯 오인될 수 있다. 그렇게 보고 싶은 사람들 눈에는 충분히 그렇게 보여질 수 있도록 말이다.

보수와 진보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패하면서 능력이 있는 권력은 명백히 존재할 수 없다.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좀 이야기해 해 보련다.

마음 같아서는 부패로 인해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막대한 비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전문적인 식견이 없다. 하지만 좋은 세상이라 Google에게 신탁해 보면 관련된 연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의 상식과 같이 부패는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현대경제연구소에서 펴낸 부패와 경제성장에 대한 보고서나,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나온 부패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 연구에서 그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후진국에선 부패가 경제발전 윤활유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주장은 동의하기 힘들다. 그 나라들이 왜 부패척결을 위해 노력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학술적인 논의를 차치하고라도 부패는 결코 사회를 발전시킬 수 없다. 역사가 말해 준다. 부패로 몰락한 나라는 있어도 부패로 흥한 나라는 없다.

나는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소위 어른이 되어 사회의 이면을 보고 부정부패의 속성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부정부패는 소수에게 약간의 이익을 주는 반면 다수에게는 막대한 피해를 준다. 다시 말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이들은 다수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행위인 줄 알면서도 약간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기꺼이 그러한 행동을 한다.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이들은 연봉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모두 월급쟁이들이다. 월급쟁이들은 주어지는 월급 이외의 수입을 마련하기 힘들다. 대부부의 시간은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투잡을 뛰기도 쉽지 않다. 특히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그리고 일부 기업들은 이런 투잡을 제도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월급 이외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세상에는 돈들이 넘쳐난다. 내 돈은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집행할 수 있는 돈, 나의 결정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는 돈이 무척 많다. 그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돈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 일반적인 부정부패이다.

보통 이런 과정은 주인이 없는 돈, 즉 공금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명분을 만들어 약속된 업체로 일을 내 보내고 뒷돈을 받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나가는 돈은 공금이지만, 그 돈이 업체로 들어가는 순간 공금이라는 꼬리표는 사라진다. 그렇게 깨끗해진(?) 돈을 바로 받는 경우도 있고, 다른 업체에 다시 보내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과정이 반복될 수록 돈은 추적하기 어렵고 비리는 입증하기 힘들어진다.

이와 반대로 월급쟁이들의 욕망을 아는 기업들이 일종의 로비로서 먼저 이익을 주기도 하다. 장래를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서 사원 교육 명목으로 강사로 초빙하여 강사비를 듬북 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혹은 기업의 사회 이사 자리를 약속한다든지, 퇴직 이후에 몇 년 간 중역 자리를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나중에 해당 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어도 상관성을 증명하기 어렵다. 물론 이런 방식은 돈이 많은 소위 대기업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공공기관 등의 내부자들이 부패에 가담할 수 있다. 그러면 공모한 내부자는 업체에게 재대로 된 결과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업체가 대충 물건을 만들거나 일을 수행해도 억제할 방법이 없다. 공범이기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비를 지출했지만 결과가 없게 된다. 이렇게 하고 돌려받는 뒷돈은 많아야 10%이다. 내 돈 1억을 만들기 위해 모두의 돈 10억을 날리는 것이다.

간혹 큰 사업이 별다른 결과없이 혹은 부실한 결과물을 남기고 끝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상당부분 과정이나 시작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한다. 결과물이 좋지 않으면 발주 기관은 받지 않을 수 있는데 이걸 용인해 주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뉴스에서 누가 1억을 부당하게 챙겼다면 이건 입증된 최소한의 금액이 그렇다는 거다. 실제로는 몇배가 많을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그보다 사회에 끼친 영향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가 공무원이라면, 그 돈을 챙기기 위해 적어도 세금 10억을 날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가 착복한 것은 1억이지만 그가 사회에서 훔친 금액은 10억이라는 사실을 간파해야한다.

그럼 9억은 어디로 간 걸까. 그건 업체에게 갔다. 물론 일을 하는 척은 해야 하므로 몇 억은 썼을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4-5억은 남겼다고 봐야한다. 그러니 업체는 이런 거래가 싫지 않다. 원칙을 지켰을 때보다 더 쉽게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의 돈을 이해 당사자 몇몇이 나누어 갖는, 이런 류의 집행이 많아지면 어떤 나라든 성장할 수 없다.

나는 이런 사건들을 목도할 때마다 큰 분노를 느낀다. 자기가 조금 챙기려고 모두의 곳간을 불태워 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불태워지는 모두의 곳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그러니, 부패하지만 능력있다는 말은, 형용모순에 불과한 말장난일 뿐이다.

돈은 결코 댓가 없이 이동하지 않는다. 다만 입증하기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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