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요즘 가족들에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라는 말을 하곤 한다.

어른이 되고 세상을 살아보니 동화의 말미를 장식하는 이 말이 기원(祈願)에 가까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 오래오래, 그것도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하고 실현하기 어려운 일인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주변 사람들에 의해, 사회 상황에 의해, 국가 간 이해에 의해 나의 삶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그 뿐인가, 불의의 사고, 건강의 문제 등 예상할 수조차 없는 수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이런 모든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오래오래, 그것도 행복하게 살다가 삶을 마감한다는 것은 인간 모두의 바램일 것이다.

사실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 동화는 근대의 산물이고, 우리가 아는 동화는 대부분 어른들이 하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각색된 것들이다. 우리가 아는 동화의 오리지널 버전은 생각보다 기괴하고 잔인하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말이, 오리지널 버전의 이야기부터 있었던 것인지 아이들 용으로 각색되면서 추가된 것인지, 그도 아니면 후대 사람들이 전하면서 붙여 넣었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원래 이야기부터 있었던 것이라면, 삶에 고단했던 사람들의 바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고, 나중에 추가된 것이라면 아이들에게는 이 고단한 삶을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어떤 이유든, 이 말은 그 존재 자체로 현실의 삶은 그러하지 않다는 점을 방증해준다.

나의 가족들에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라고 말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그 이야기를 옮겼던 수 많은 어른들 중 한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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