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갈아 넣기 전에 ...
자신의 인생을 갈아넣기 전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자.
옥아,
인생이라는 마라톤에는 2-3번의 스퍼트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안으로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만하고, 밖으로는 집중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 놓여 있을 때가 바로 그러한 시점이다.
이 때 스퍼트를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가 삶의 변곡점을 만든다. 이 기회를 잘 살리면 삶의 물길을 좋은 방향으로 돌려 놓지만, 잘 살리지 못하면 찾아온 기회를 차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단다.
애석하게도 스퍼트할 수 있는 횟수는 정해져 있다. 온 힘을 다한 뒤에는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스퍼트에서도, 몇 년간의 휴식이 필요하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랬다. 체력도 집중력도 허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주제에 흥미를 갖기도 힘들었다.
나의 삶의 스퍼트는 언제였을까. 당시에는 몰랐지만 돌아보면 첫번째는 고등학교 때 수험생활을 할 때이고, 두번째는 대학원 학위 과정 때, 그리고 세번째는 직장에 입사해서의 몇년 동안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했나 싶을 정도로 힘을 다 했던 것 같다. 그 시간은 지금 나의 경력이 되어 주었다.
누군가 그 시간에 만족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궁색해 진다. 솔직히 그 시간들에 후회가 남는 것이 사실이다. 그 에너지를 다른 시기에 다른 곳에서 썼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나의 후회는 개인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기회를 소진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고등학교 수험 생활과 이제는 모두가 고시가 되어 버린 취업 현장에서, 우리는 한 문제를 더 맞추겠다고 자기의 인생을 갈아 넣고 있는 수 많은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아직 사회라는 그라운드에 등판도 하기 전에 말이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스퍼트 기회를 이미 여기에 한 번 이상 사용하고 있다.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이들의 노력은 원하는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풀고 있는 고시 문제가 과연 쏟아 붓는 열정만큼 가치 있는 것일까. 상대방보다 한 문제를 더 맞추기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처박아야만 하는 것일까.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를 거쳐간 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따져보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이들이 각자 자기기 원하고 의미 있어 하는 일에,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가꾸어나가기 위해 스퍼트 할 수도 있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과거에는 내 옆 사람과 경쟁해야 했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나라와 나라가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 투수들은 이미 예선에서 100이닝 즈음 던졌는데, 본선의 다른나라 투수는 20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다면 게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런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의 인생을 갈아넣기 전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자.
상대의 인생을 갈아 넣으라고 말하기 전에, 그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