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외면받는 나라

소멸되고 있는 나라

최근 합계출산율이 1 이하로 내려갔다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1명의 여성이 가임 연령 동안 1명 미만의 아이를 출산한다는 이야기이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위정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울러 해외 이민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실제로 주변에 보면 캐나다나 호주로 배우자를 따라갔다는 이들, 공부하러 갔다는 이들,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실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보다 많다.

이렇게 국민에게 외면받은 대한민국은 천천히 소멸되어가고 있다.

미래의 자원을 당겨 쓴 대가

아이가 줄고 있는데, 오히려 아이를 키우는 이들은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번호표를 받고 어린이집을, 유치원을 대기해야 한다. 대학 갈 아이들은 줄고 있는데 입시 지옥은 끝이 없다. 모두 국가가 국민에게 주어야 할 교육 서비스를 수십 년 동안 민간에 의존한 결과이다. 우리는 교육을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우리 미래를 좌우할 결정을 너무 쉽게 내려 버린 것이다.

자본 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모두가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재화를 독과점 하여 팔면 된다. 모두가 다닐 수 밖에 없는 길목에서 통행료를 받는 것 보다 더 좋은 장사가 없다. 모두가 주거해야 하고, 교육을 받아야 하며, 병원에 다녀야 한다. 전기와 수도를 쓰고, 생계를 위해 도로를 다녀야 한다. 이 관문을 독과점 하게 되면 돈을 버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민영화의 민낯이다. 민영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결코 돈이 되지 않는 부분을 민영화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은 모두의 운명과 미래가 달린 만큼 쉽게 결정해서도 안되며 지금을 기준으로 결정 되어서도 안된다. 우리 뿐만 아니라 우리 자손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몇몇 문제는 이미 결정되어 버렸다.

오랜 세월 동안 교육은 사학재단에 맡겨져 운영되어왔다. 의료도 그렇게 지속적으로 민간에 이양되어 왔다. 공립병원은 꾸준히 사라졌고, 사실상 대형 자본을 앞세운 민간 병원들이 몸집을 키워 왔다. 최근에는 첫 번째 영리법인까지 허용되었다. 주거 환경은 어떠한가. 집값을 감당할 사람은 없는데, 끝을 모르고 오르고만 있지 않은가. 이 모든 것들은 미래의 자원을 당겨 쓴 대가이다. 현재 몇몇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사회 공공의 문제를 너무나 쉽게 포기한 결과이다.

국민을 대변하지 않는 위정자

국민들은 나라를 등지고 떠나고 싶어 하는데, 사회의 정의는 기득권 세력들의 힘겨루기에 밀려나고 있다.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위정자들은 국민의 민의를 대변해야 할진대,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일도, 일부 정치권과 언론을 거치면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대등하게 공존하는 것처럼 포장된다.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는 공정성을 가장한 채, 당연한 일이 논쟁을 해야할 일로, 원칙에 따라야할 일이 타협을 해야 할 일로 변질된다. 유치원 회계의 투명성 확보, 의료 영리법인 반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찬성 등은 모두 국민들의 입장이 분명한 사안들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모두 실현되지 않고 있다.

국가라는 독점 시장에 대한 소극적 저항

시장경제체제에서 소비자는 공급자의 물건을 선택하며, 그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국가를 하나의 공급자라고 생각해 보자. 국가가 국민에서 ‘삶의 터전’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세금을 걷는다고 말이다. 국민은 소비자로서 국가가 제공한 서비스를 누리고 그 대가로 세금이라는 이용료(?)를 낸다.

만약 국민 개개인이 국가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내가 받는 서비스에 비해 댓가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면 국가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있을까. 지금의 상태라면 대한민국이라는 ‘공급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가게처럼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가 시스템은 국민 개개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고, 국적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국가는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얻고 있다. 그래서 국민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거나 이민을 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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