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하기에 아깝지 않은 조국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리 나라에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어르신, 민족주의에 기반한 건강한 보수주의자를 보기 힘든 것은 그런 분들이 일제강점기를 겪는 동안 독립운동하다 돌아가셨거나 해외로 망명하셨거나 후손들이 몰락해서라고.
우리 나라에서 부자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일제 시대에 반민족행위를 통해 기틀을 만들어 이루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사실 이런 말은 사람들의 경험을 근거로 한 것이지만, 후손들을 추적해 보면 틀린말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 청소년 84%가 일본강점기에 태어났다면 독립운동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100여년 동안 반민족 행위를 해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고 오히려 자신과 후손들에게 더 유익하며, 민족을 위해 헌신하면 폐가망신한다는 역사적인 경험을 학습해 왔다. 이러한 결말을 알고 있는 우리가 실재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연 몇 명이나 민족을 위해 헌신할 것인가. 나는 이런 조사를 30대 이후에서 한다면 매우 다른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작은 정치든 큰 정치든 권력을 좇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권력이 주는 힘에만 관심이 있고 권력이 주는 무거운 책무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책무의 무게를 통감한다면 어느 정도 이상의 권력은 받아들일 수 없을 지 모른다.
그래서 조직을 위해 일하라는 기관장은 봤어도 구성원이 헌신할 가치가 있는 기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기관장은 본 적이 없다.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을 위해 일하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만 왔지, 권력을 무게를 책임으로 느끼는 말을 들어본 일은 별로 없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해군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헌신하기에 아깝지 않은 조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현충일 때도 “국민의 헌신에 국가가 책무 다해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평가에는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최소한 그는 권력의 무게를 아는 사람이다.
대한민국에 이런 태도를 지닌 최고 지도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기 위해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