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길버트)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때때로 삶의 자신감을 잃고 한 없이 움츠려 들 때가 있다. 가고는 있는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망막할 때가 있다. 그런 때를 대비해 좋은 글들을 읽어 두고 마음을 단련해 보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히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저 앉게 된다. 이런 때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이 내가 찾은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앞에서 소개한 “행복의 기원”에 이어 이 책도 그렇게 찾아 두었던 책이다. ( 알고 보니 이 책은 행복의 기원을 저술한 서은국이 번역한 책이었다. )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는 인간 마음에 대한 책이다. 원제에 분명히 “happiness”라고 적혀 있고, 본문에도 “행복”이라는 말이 빈번히 등장한다. 하지만, 책은 우리가 더 나은 방향, 즉 행복한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 왜 순탄치 않은지,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할 수 밖에 없는지를 인간의 지각, 기억 그리고 감정의 특성을 들어 설명한다.
우리는 더 나은 곳(행복)을 향해 가기 위해 우리 마음(뇌)를 이용해 끊임 없이 미래를 예측한다. 미래를 예측하여 욕구를 유예하는 것은 인간의 특성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눈에 착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 역시 수많은 ‘착시’에 의해 왜곡된다. 예를 들어 기억은 요약되어 저장되고 회상될 때 재구성되는 불완전한 것이며, 예측은 현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빗나가기 일쑤이다. 저자는 우리의 뇌가 미래를 상상할 때 겪는 이러한 결함 3가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현실주의, ⓑ현재주의, ⓒ합리화가 그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정획히는 “뇌가 재구성한 현실”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실재 현실과 뇌가 재구성한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 뇌는 외부의 현실을 적절히 채워 넣기도 하고 빼뜨리기도 하며 재구성해 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작용은 사고를 효율적으로 하고 스스로를 보호기 위한 것이지만, 우리는 왜곡된 현실을 진짜 현실이라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이런 결함이 “현실주의(realism)”이다.
심장이 혈액 공급을 위해 쉬지 않고 뛰는 것처럼, 우리의 뇌는 생존과 번영을 위해 쉬지 않고 미래를 상상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상은 전적으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경험을 기반으로 두고 이루어진다. 막상 미래가 되면 우리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에 놓이게 되고, 또 우리 마음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가지 연막작전을 불사한다. 따라서 매우 익숙하고 반복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의 예측은 대부분 부정확한 것이 되고 만다. 이렇게 미래를 상상할 때 현재를 기준점으로 삼는다는 결함이 “현재주의(presentism)”이다.
막상 미래가 되어 우리가 상상하던 상황을 직면하게 되었을 때, 우리의 마음은 일종의 면역체계처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작동한다.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긍정적인 견해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이전에 했던 예측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합리화(Rationalization)”의 결과이다.
결국 저자는 우리가 행복을 위해 끊임 없이 예측을 하지만, 그 예측 대부분이 적중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야기 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예측을 하는 것도, 예측이 빗나가게 하는 것도 모두 뇌의 작용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내용도 흥미롭지만, 구성도 탄탄하다.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질서정연하면서도 재미있게 전달했다는 점이 큰 미덕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이나 적절한 비유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 비유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러면서도 상당히 많은 연구 결과들이 녹아 있어 전문성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이미지 출처 : 알리딘 인터넷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