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의 조건

사람의 능력은 저마다 차이가 있다. 행위에 관점에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잘하는 일을 알아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어려운 일이 나에게 쉽다면, 그건 내가 잘하는 일이다. 잘하는 일은 초기에 대단한 노력 없이도 큰 진전을 보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쉽다는 말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좀 다르다. 좋아하는 일은 잘하는 일과 다르다. 어려울 수도 있고 심지어 다른 사람보다 잘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은, 오래 하는 것이 잘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물론 어려운 결정이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택하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다. 인생은 길고 시간은 많다. 잘하는 일로 두각을 나타내고 빨리 성공하는 것도 값진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벌어들인 돈과 시간으로 그는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좋아하는 일과 함께하는 인생이 더 즐겁지 않겠는가. 아, 맞다. 배부른 소리다. 인생을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인생의 복잡함을 논하기 보다, 여기서는 좋아하는 일의 요건에 대해 생각해보자. 얼마전 아이가 들떠서 무언가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떡볶이 실습을 한다는 것이다. 재료를 꼼꼼히 챙기고 빠진 것이 없는지 재삼 확인하는 모습이 귀엽다 못해 전문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아, 저 모습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이구나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은 잘하는 일과 다르다. 따라서 잘하는 일, 남들보다 쉽게 되는 일과 헛갈리지 말아야 한다. 또 재미있는 일과도 구분해야 한다. 놀고 먹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해서 즐거운 일은 세상에 널렸다. 그건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쾌락을 주는 일일 뿐이다. 좋아하는 일은 그것과 조금 다르다.

내가 생각한 좋아하는 일의 조건은 이렇다. 우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정성을 들인다. 스스로 찾아서 한다. 더 성의 있게 한다. 하는 과정이 조금 귀찮고 어렵더라도 기꺼이 시작한다. 간혹 나라면 하지 않을 일을 꾸주히 하는 사람이 있다. 객관적으로도, 그리고 주관적으로도 그 일은 쉽지 않고 때때로 힘들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계속 해 나간다. 그건 좋아하는 일이다.

좋아하는 일은 쾌락을 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몰입을 주기는 한다. 하고 있으면 쉽게 몰입되고 시간이 잘 간다. 그것도 일종의 쾌락이라면 쾌락이지만, 세속에서 말하는 쾌락과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면 별로 지루하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이 인생에서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고 있으면 삶이 빠르게 지나간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일은 하고 나서 보람이 되고 뿌듯하다. 이런 특징은 다음 번에 그 일을 다시 찾게 하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일의 보람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거창한 것일 수도 있지만, 성취감과 만족감 같은 개인적인 감정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간에, 하고 나서 보람을 느끼고 자기 효용감을 느꼈다면 좋아하는 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 그럼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소소한 글들을 써나가는 것이 좋다. 지금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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