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인간과 운명

오후에 나른 몸을 풀 겸 산책을 다녀왔다. 날씨가 조금 풀렸지만 여전히 쌀쌀했다. 길에는 사람이 적었고, 식사 시간이 아닌지라 상점들도 한가했다. 문든 길가를 보니 주차된 차 앞으로 길고양이 세 마리가 모여있었다. 막 주차된 차에서 나온 온기를 좇아 모여든 모양이다. 집 없이 떠도는 고양이가 겨울 추위를 피해 자동차의 온기에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떤 고양이들은 집 없이 떠돌며 이렇게 엔진의 온기를 찾아 다닌다. 하지만 어떤 고양이들은 주인의 사랑을 받으며 따뜻한 집 안에서 편안한 삶을 살아간다. 양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만약 사람의 경우라면 우리는 그들의 생각이나 성격, 혹은 그들의 노력이나 태도, 아니면 그들의 종교나 믿음에서 그 차이를 찾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고양이를 ‘우연’ 이외의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우연’이라는 것이 설명할 수없는 일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사실 아무런 설명도 되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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