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상상은 성공의 열쇠일까
나는 고양이를 볼 때마다 그 유연함과 강인함에 늘 놀라곤 한다. 고양이는 표면적으로 인간을 경계하지만, 속으로는 인간을 몸집만 크지 실상 열등한 생물체라고 생각할런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할말이 없다. 고양이와 비교했을 때 인간의 신체 능력은 유치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혹독한 야생의 자연에서 생존하여 지금까지 번영할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탁월한 ‘예측 능력’이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인간은 끊임 없이 머리 속으로 가까운 미래를 시뮬레이션한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여 미리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부시럭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재빨리 몸을 웅크릴 수 있는 것도,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할 때 가슴이 뛰고 식은땀이 나는 것도 모두 예측 능력 덕택이다.
인간의 예측 능력이 다른 생물들과 다른 점은 잠시 후의 미래뿐만 아니라 수 시간 뒤, 혹은 수 일에서 수 년 뒤의 일까지 예측할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예측은 말 그대로 예측이므로 틀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는 점만으로 대단한 능력임에 틀림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예측 능력을 ‘상상력’이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곤 한다.
우리는 상상력을 통해 현실에 없는 다양한 상황과 시나리오를 생각해 낼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상상’은 주로 좋지 않은 상황을 가정한다.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면, 주로 망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쪽으로 상상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상상력의 바탕이 예측 능력이고, 예측 능력은 생존을 위해 위험한 상황을 우선 상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상의 결과는 아름답고 즐거우며 성공적인 결말 보다는 대비해야 할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안’은 사실 이러한 예측 능력(혹은 상상력)의 결과이다. 의식의 저편에서 ‘최악의 시나리오’ 들이 쉬지 않고 계속 흘러나오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하여 생존에 유리함을 얻었지만 동시에 현실을 즐겨야 할 때에도 그러지 못한 채 좋지 않은 결과를 대비하며 현재를 살고 있다. 본능이라는 것은 이렇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자연은 개체의 행복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설령 개체가 불행하다 할지라도 그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능력이라면 좋은 형질로 여겨진다.
삶은 외부의 위험이 끊이 없이 밀어 닥치는 험난한 곳이고,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은 한 없이 외소하고 무기력하다. 적어도 생존을 위한 상상력은 세상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그렇게 가정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대부분 불안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자신감이 가득하며 스스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쁘게 말하면 ‘허풍’이 심한 사람 혹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런 상상력의 영향을 덜 받거나 다르게 받는 이들이다. 아마도 이 역시 자연의 형질 배분 전략일 것이다.
아마도 야생의 자연 상태에서라면 이들은 ‘겁 없이’ 살다가 금방 단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는 풀숲에서 나를 덥칠 포식자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신의 능력을 자신하는 것은 자칫 무모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높은 폭포에서 몸을 던지거나 무모한 사업에 뛰어든다거나 말이다. 그 결과 이들 중 상당 수는 무모한 도전에 실패하거나 급기야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은 대중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극복해 낸 선구자가 된다.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모 아니면 도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런 형질은 다수가 아닌 소수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 이유로 ‘긍정적인 상상’을 꼽는다. 진취적인 태도, 잘 될거라는 믿음, 성공한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성공에 큰 비결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찬란한 결과를 실감나가 상상하라”와 같은 ‘시크릿’ 류의 자기 계발 비법이 만들어진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가 된 나의 모습을, 공부를 잘 하고 싶다면 일등을 차지한 나의 모습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자주 반복해서 상상하라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는 어려운 주문이다. 상상력의 바탕인 예측 능력은 위험을 대비하게 위해 발달해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원하는 미래 보다는 대비해야 할 위험한 미래를 상상하는데 익숙하다. 물론 훈련을 통해 습관을 들인다면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관건은 과연 이 방법이 연습으로 익혀야 할 만큼 효과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분명 이 능력은 아무나 가지지 못한 비범한 능력이다. 따라서 적당히 운이 따른다면 남들보다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겁 없음’은 자신감으로 나타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게 된다. 불안한 사람들은 자기 확신이 충만한 이들을 금새 추앙하게 된다. 마음 한켠에 불안을 간직한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저렇게 자신감 있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니 대단한 사람일 것”이라는 가정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사람들을 모으고 설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동시에 리스크도 큰 방법이다. 이러한 사람 중 성공하지 못했거나 심지어 실패한 사람들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사실 누구나 주변에 이렇게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한 두 명쯤은 머리 속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 성공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그 중 대부분은 말 그대로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나는 이런 ‘비법’이 대표적인 표본 오류라고 생각한다. 분명 성공한 사람만을 보면 이렇게 긍정적인 상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을런지 모른다. 하지만 실패했거나 평범한 사람들 중에도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따져봐야 한다. 이 비율이 서로 유의미하게 차이나지 않는다면 이 ‘비법’은 비법이 아니게 된다.
정리해보자. 인간의 상상력은 위험을 예측하는 능력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좋은 결말을 상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긍정적인 상상을 하라는 성공 비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대중 앞에서의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면, 발표를 망치는 걱정을 하게 마련이다. 청중의 환호를 받을 생각에 설렌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전혀 없지는 않다. 일부 사람들은 그렇다. 자신이 너무 잘 하기 때문에 설렌다. 자연의 형실 배분 전략으로 긍정적 상상이 잘 되는 일부 소수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 능력으로 성공을 하기도 하지만, 이 능력 때문에 무모한 실패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나는 무작정 상상하라는 식의 조언 보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예측력, 그리고 상상력은 미래를 바라보지만 사실 과거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외국의 거리를 상상하는 것보다 우주 어딘가에 있을 외계 행성 도시를 상상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이유이다. 따라서 작지만 성취와 성공의 경험들을 조금씩 쌓는다면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성공과 성취의 상상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실현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계속 성취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한다고 해보자. “자신 있게 발표해서 청중들에게 환호 받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려고 노력해도 심장은 두근거리고 목소리는 떨려온다. 무대에 서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상상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말이다. 보다 작은 무대에서 시작하자. 가족들이나 몇몇 지인들 앞에서 발표해 보자. 그리고 소수의 직장 동료들 앞에서 발표해 보자. 횟수를 늘리면 분명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경우도 늘어난다. 그 좋은 성공의 경험을 반추하고 정신적 자산으로 만들자. 이 자산을 쌓다 보면 성공적인 발표의 느낌을 알 수 있게 된다. 그제서야 우리는 “긍정적 상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근거 있는 자신감’을 쌓아 나간다면 성공까지는 모르겠지만 보다 나은 자신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