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모기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이 되면 극성스럽던 모기들도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몇몇은 생명의 위대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끈질기게 살아 남는다.

그들은 끝까지 생존한 백병 노장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목숨을 건 수 많은 전쟁터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백병 노장이다. 지략과 전술은 물론 체력과 신체능력까지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전에 있던 날렵함이나 대담함이 없다. 생량한 가을 공기는 그들의 생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탁월한 그들도 거대한 자연의 흐름 안에서만 가능한 작은 현상에 불과하다.

그들도 끝이 가깝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을 것이다. 몸은 전처럼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밀리세컨드 단위로 일어나던 전신의 반응도 더이상 날카롭지 않다. 잘못 모습을 드러냈다가는 속절없이 죽음에 이른다.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기회를 기다린다.

그러나 본능이 준 욕망은 억제하기 힘들다. 배가 고프다. 자식을 낳고싶다. 이런 어려울 때일 수록 생존하고 번식해야한다는 지령이 아득히 깊은 내면에서 끊임없이 퍼져나온다.

치열한 죽음도 허락되지 않는다. 쇠락한 몸으로는 더이상 피를 쟁취하기위한 치열한 투쟁을 벌일 수 없기 때만이다. 하지만 죽음을 기다리며 시간을 견디는 것도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전장의 마지막 남은 전사이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지기를 끈질기게 기다린 끝에 마지막일지 모르는 공략을 시도한다. 숨을 죽이고 가장 연약해 보이는 동물에게 다가간다. 피를 빨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동물의 저항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를 삼키며 주린 배를 채우고 앞으로 잉태할 계획을 짧게 떠올린다.

... ... ... ...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