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n과 AI, 모방을 통해 이해하다

어린 시절 명절에 집에서 만두를 만들어 먹곤 했다. 하지만 어른들이 만든 만두는 만두피가 두꺼워 맛이 없었다. 조금 자라 만두 만들기에 낄 수 있을 만큼 자라 만두를 만들어 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만두피를 얇게 만든 내 만두는 모두 터져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유를 모르는 문제가 있을 때 따라 만들어 보면 비로서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있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새를 모방하기에 이르렀고, 새를 관찰한 결과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다. 인간이 만든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순간이 바로 인간이 “새가 하늘을 나는 원리“를 이해한 순간이지 않을까. 그렇게 욕망과 모방이 왼발과 오른발이 되어 인류의 지식을 앞으로 발전시켜나간 것이 아닐까.

최근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라는 책을 읽었다.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저자가 의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읽는 내내 저자가 설명한 인간 뇌의 특성에서 인공지능과 딥러닝이 겹쳐 보였다. 뇌가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것은 그것이 어떤 감각이나 어떤 움직임이든 그저 전기적인 신호일 뿐이라는 말은 인공지능에서 학습데이터가 언어든, 이미지든, 소리든 숫자로 인코딩해야 한다는 사실과 유사했다. 뇌가 움직임의 결과를 예측하고 그 예측과 감각기관으로 받아들인 실제 현상을 비교하여 뇌신경이 새로 배선된다는 사실은 인공지능 학습에서 예측값과 결과값을 비교하여 ‘손실’을 구하고, 이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학습 모델을 최적화해 나간다는 점과 유사했다.

생각한다는 착각“이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우리가 생각이라고 말하는 것이 즉흥적인 생성 결과일 뿐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는 마치 chatGPT가 입력된 자극(prompt)에 따라 ‘그럴 듯한’ 결과를 즉석에서 생성해 나가는 것을 연상시킨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전적으로 인간 신경과 뇌의 작용 방식을 모방하며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이라고 하지 않던가. 모방의 결과가 모방의 대상과 유사한 것은 당연한 일 것이다.

인공지능 학습에서 모델을 어떻게 설계할런지, 하이퍼파라미터는 어떻게 특정할런지의 문제는 타고난 유전 형질의 문제와 유사하다. 또 어떤 학습 데이터를 사용할런지의 문제는 인간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해 나가는가의 문제와 유사하다. 학습 데이터를 모델에 어떻게 일력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데이터의 인코딩 디코딩 문제와 유사하다. 학습을 통해 모델을 어떻게 최적화 시켜나갈 것인가의 문제는 뇌의 가소성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문제와 유사하다. 결국 인간이 인공지능을 만들며 해결해야할 문제와 자연이 오랜 진화 속에서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가 서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간 Brain에 대한 이해는 인공지능을 발달시키는데 공헌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인공지능의 발달이 반대로 인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Computational neuroscience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있다. 신경 과학에서 나오는 실험적 관찰과 컴퓨터 과학의 이론적 모델을 결합하려는 시도이다. 뇌과학의 성과가 인공지능 기술에 도움을 주듯이,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키며 얻은 아이디어를 다시 뇌과학 연구의 단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정말 우리 자신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공지능, 스스로 자아가 있다고 확신할 정도의 인공지능을 만들어낸다면 그 때 비로소 인간 뇌의 신비를 대부분 풀었다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인류는 비행기를 만들며 새가 하늘을 나는 원리를 이해했듯이, 인공지능을 만들며 인간 뇌를 더 깊이 이해해 나가고 있다.

이런 선순환이 잘 동작한다면, 모방이라는 왼발과 이해라는 오른발이 박자를 맞춰 점점 더 빨리 움직여 나간다면, 지금의 예상보다 더 빨리 우리 인류는 인공지능을 고도화시키고 동시에 뇌에 대한 이해를 해 나갈런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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